본문: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78138.html
한겨레신문 [출처] [왜냐면] AI교과서 논란에 묻힌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 이선종 AI리터리시협회 회장 - 한겨레신문|작성자
이선종 | 한국AI리터러시협회 회장·청주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
최근 인공지능(AI)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교육과 평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듯하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는 챗지피티 사용을 허용한 시험에서 학생들의 답변이 아닌 질문(Prompt)을 평가했다고 한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혁신적인 평가 방식의 한 예로 주목할 만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험에서 답변의 평가는 학생의 역량보다는 인공지능의 성능 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그대로 인공지능에 입력해 답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답변의 품질 차이는 사용된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의 질문 능력을 평가하거나, 질문과 답변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질문 중심의 평가는 여전히 생소한 영역이다. 인공지능 교과서가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인간의 역할은 답변 제공자에서 질문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개인의 ‘질문 능력’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것을 필수적인 교육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지능 교과서뿐만 아니라, 기존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정해진 답과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의 교육과 학습 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빠른 기술에 의한 시대의 변화는 교육 환경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질문을 찾는 능력은 인공지능 시대 개인의 역량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는 ‘공부’가 아닌, 미지의 영역에서 추론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대학원의 ‘연구’ 과정과 유사하며, 깊이 있는 지적 탐구력과 집중력을 필요로한다. 기존의 지식 전달 위주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키울 수 없다. 높은 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은 정형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지식인의 역할을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새로운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 아이비엠(IBM)의 최고경영자(CEO) 지니 로메티는 ‘뉴 칼라’(New Collar)라는 새로운 계급의 등장을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능통하며, 단순한 지식(하드 스킬)이 아닌 기술적 역량과 창의적 혁신성을 갖춘 인재다. 나아가 고도화된 인공지능 시대에는 ‘소프트 스킬’(감성적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정형화된 지식보다는 감성적 소통 능력과 난관을 극복하는 ‘회복 탄력성’이 핵심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업무 환경에서는 일이 아닌 인간 중심의 역량을 필요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지금의 교육환경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인간과 인공지능의 조합이 유용한 경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보면, 흥미롭게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은 평균적으로 각자의 단독 작업보다 낮은 성과를 보였다. 이는 사용자들이 인공지능에 과도하게 의존해 추가 판단을 생략하거나, 인공지능의 제안을 무시할 때 발생했다. 또한, 의사결정보다는 콘텐츠 생성 과정에서 더 높은 성능을 보였으며, 인간의 능력이 인공지능보다 우수한 영역에서는 성과가 컸지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수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감소했다. 이는 인공지능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인공지능 교과서는 이러한 특성을 적극 반영해 인공지능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비판적 사고 능력(인공지능 리터러시) 향상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인간을 ‘호모 콰렌스’라고 한다. 이러한 인간은 왕성한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능력, 그리고 창의성을 지닌다. 이는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개인의 핵심 능력이다.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하고, 인공지능 교육과 교과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아낼 것인지가 우리의 주요 과제다. 현재의 인공지능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보다 생산적인 논의와 연구로 이어져, ‘인공지능 교육 체계의 혁신’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사회적·학문적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본문: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78138.html
한겨레신문 [출처] [왜냐면] AI교과서 논란에 묻힌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 이선종 AI리터리시협회 회장 - 한겨레신문|작성자
이선종 | 한국AI리터러시협회 회장·청주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
최근 인공지능(AI)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교육과 평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듯하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는 챗지피티 사용을 허용한 시험에서 학생들의 답변이 아닌 질문(Prompt)을 평가했다고 한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혁신적인 평가 방식의 한 예로 주목할 만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험에서 답변의 평가는 학생의 역량보다는 인공지능의 성능 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그대로 인공지능에 입력해 답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답변의 품질 차이는 사용된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의 질문 능력을 평가하거나, 질문과 답변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질문 중심의 평가는 여전히 생소한 영역이다. 인공지능 교과서가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인간의 역할은 답변 제공자에서 질문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개인의 ‘질문 능력’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것을 필수적인 교육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지능 교과서뿐만 아니라, 기존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정해진 답과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의 교육과 학습 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빠른 기술에 의한 시대의 변화는 교육 환경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질문을 찾는 능력은 인공지능 시대 개인의 역량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는 ‘공부’가 아닌, 미지의 영역에서 추론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대학원의 ‘연구’ 과정과 유사하며, 깊이 있는 지적 탐구력과 집중력을 필요로한다. 기존의 지식 전달 위주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키울 수 없다. 높은 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은 정형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지식인의 역할을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새로운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 아이비엠(IBM)의 최고경영자(CEO) 지니 로메티는 ‘뉴 칼라’(New Collar)라는 새로운 계급의 등장을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능통하며, 단순한 지식(하드 스킬)이 아닌 기술적 역량과 창의적 혁신성을 갖춘 인재다. 나아가 고도화된 인공지능 시대에는 ‘소프트 스킬’(감성적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정형화된 지식보다는 감성적 소통 능력과 난관을 극복하는 ‘회복 탄력성’이 핵심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업무 환경에서는 일이 아닌 인간 중심의 역량을 필요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지금의 교육환경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인간과 인공지능의 조합이 유용한 경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보면, 흥미롭게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은 평균적으로 각자의 단독 작업보다 낮은 성과를 보였다. 이는 사용자들이 인공지능에 과도하게 의존해 추가 판단을 생략하거나, 인공지능의 제안을 무시할 때 발생했다. 또한, 의사결정보다는 콘텐츠 생성 과정에서 더 높은 성능을 보였으며, 인간의 능력이 인공지능보다 우수한 영역에서는 성과가 컸지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수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감소했다. 이는 인공지능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인공지능 교과서는 이러한 특성을 적극 반영해 인공지능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비판적 사고 능력(인공지능 리터러시) 향상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인간을 ‘호모 콰렌스’라고 한다. 이러한 인간은 왕성한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능력, 그리고 창의성을 지닌다. 이는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개인의 핵심 능력이다.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하고, 인공지능 교육과 교과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아낼 것인지가 우리의 주요 과제다. 현재의 인공지능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보다 생산적인 논의와 연구로 이어져, ‘인공지능 교육 체계의 혁신’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사회적·학문적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